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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뒤안길

[에피소드 17] 어둠속의 구조 요청--[4편]--작은 부제 트라우마

by 페오스타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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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7] 어둠속의 구조 요청--[4편]--작은 부제 트라우마


하나뿐인 수도꼭지만 어둠을 감싼 체 을씨년스럽게 눈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완전히 가버렸나? 뭣 때문에 왔을까?’
 
문을 닫은 저는 녀석 면전에 털썩 주저앉았죠.
 
“자 한잔 혀, 건배? 응?”
 
제가 종이컵을 들자 녀석도.. 둘이 한 잔씩 목구멍에 싹 넘기니..
 
‘화’ 한 기운이 훅 뿜어져 나오네요..
 
“저. 너무 감사드립니다....”
 
“뭐 신경 쓰지 말고. 이 방 밑에, 아래층 사는 사람인데...비명 소리 듣고..”
 
“아 정말 .. 감사드립니다. 아. 정말...”
 
녀석은 안절부절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우물쭈물...
 
“학생이지? 대학생? 난 퍅셔내라고 해 걍 편하게 퍅형님이라고 해...”
 
“네 꽁꽁대학 2학년이고.. 강군이라고 합니다..아 한 잔 더 받으시소..”
 
그제서야 통성명을 나눈 우리는 이 와중에도 간 크게 술잔을 드리웠죠..
 
이 무슨 황당한? .. 다른 사람이라면 당장 그곳을 떠났을 터인데..
 
앞 서 이야기 했듯이 제가 진돗개하나 상황 끝나고 오분대기조 복귀해서
 
숨 좀 돌리려고 찾았던 게. 시원한 음료수인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쇠주가
 
생각나서 그리 말했던거고. 그게 또 냉장고에 들어 있어서..쇠주가...
 
목 갈증도 풀 겸 그리고 가오(이게 매우 중요) 좀 잡을라꼬.. 이리 된 것...
 
제가 대담시리 자리 잡고 술 홀짝이니 이 강군도 어찌할바를 모르고..
 
저하고 같이 걍 앉아 있는 겁니다. 시간도 새벽 1시고..하니...
 
강군이야 제가 가버린다고 하면 똥 오줌 싸면서 다시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질꺼 뻔하니까.
 
제가 여기 남아 있는 게 더욱 안심이 될테니까요..
 
시큼한 김치하고 쇠주 몇 잔 땡기니 기분이 다시 업 되요..
 
방금 전 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곳이지 알면서도.. 말이죠..
 
역시 술이란게.. 사람에게 요렇게 호승심을 불어 넣어 준다니까요..
 
“첫음이지? 첫경험이징?”
 
“네? 네?”
 
“아니 그것 봤잖어.. 저 옷장위에 그거 말이여”
 
“............ㅠㅠ..”
 
이 친구 말이 없네.. 고개를 푹 숙이더니...
 
“크크.. 다 그런거레이 처음이면 한 방에 훅 가지..그니 부끄러워말공..”
 
지금 강군은 제가 뭔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죠... 납득이 안되겠죠...
 
저야 장난스레 말하는건데. 지 한테는 아까 전 상황이 장난 몇마디로 끝날
 
상황은 절대 아니죠..
 
“나 가도 돼? 여서 잘껴?”
 
“아.. 안되요. 가지 마세요. 저 죽어요...!!”
 
이건 애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 글썽, 당장이라도 소낙비처럼 떨어질 거 같은데...
 
저도 술 한잔 하고 있지만 여기 더는 있기 싫고 또 잠도 자야 하는데..
 
아. 진짜. 고민 되네요.. 시간도 그렇고..
 
“글면 아래층 내 방에 가서 오늘밤을 거서 자. 그럼 괜찮지?”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녀석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후딱 술자리 정리하고 같이 내려옵니다.
 
“아 불은 끄지 말고 그냥 켜놔. 뭐 . 걍 오늘밤은 그냥 밝혀놔..“
 
“네..”
 
아래층 제 방에 후딱 걸음으로 내려온 두 사람은 ...
 
“일 단 난 좀 씻어야겠어. 글고 먹다 남은 쇠주 좀 더 먹고.....”
 
늦은 봄이라 덥지 않은 날씨였지만 워낙 신나게 달렸던 탓에.. 그리고
 
왠지 모를 공포감에 흐른 식은땀과 겹쳐 온 몸이 끈적끈적 했었습니다.
 
간단히 샤워하고 나와 녀석과 조용히 남은 쇠주를 마시기 시작했죠..
 
방에 불 밝혀 놓고 tv켜 놓고 하니. 아까의 공포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금씩 사그라들었죠. 이때가 2시 다 되어 가던 시각이였습니다.
 
“긍게 상황이 어떻게 된거니? 위에서 뭔가 뛰어 다니는 소리 그대로 들리더라?”
 
강군은 제가 올라가지 직전까지의 상황을 장황하게 풀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지도 술 몇 잔 들어갔고 이제 기운이 좀 나는지 말이죠.
 
강군은 군에 다녀온 대학2년생이고 오늘 좀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다 10시쯤
 
집에 왔다는군요. 제가 그때 중간에 끼어들기 해서 한마디 했는데..
 
“혹시 말이야. 골목길 올라 올 때 뭔가 이상한 점 없었니?”
 
“글쎄요. 아무 생각 없이 올라 왔는데 특별히 뭔 일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해 보니 일단 그것이 저를 따라온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그럼 제방으로 오지 않고 왜 옥상에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어요.
 
여 튼 강군은 자신의 옥탑방으로 와서는 늘 그렇듯이 씻고 음악 좀 듣다
 
자려고 불을 껐는데 바로 그 순간 밖에서 그 소리가 확 나더랍니다.
 
제가 이 소리 듣고 잠이 깼죠. 가장 첫 번째 났던 소리였는데..
 
강군의 말을 빌려 보면 최초 옥탁방 왼쪽에서 소리가 났다고 했는데..
 
그 위치면 바로 제 방 위쪽이거든요.. 그래서 그 울림이 확실히, 또렷이,
 
강력하게 제 방 천정에서 직격으로 내려왔던 겁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야밤에 아무도 없어야 할 옥상위에서 쿵쿵 소리 나도록 뛴다면
 
단 두 가지 생각뿐이겠지요. 도둑이거나 이 건물 입주자중 누군가 술에 취해
 
옥상에 올라왔거나. 강군은 처음에는 전자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도둑이라면
 
고양이 걸음을 해야지 미친것도 아니고 소리 나게 우당탕 옥상을 뛸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나가 보려고 하다 괜히 술 취한 사람 시비 붙으면 뭐하노.. 저러다 그냥
 
내려가겠지 했는데.. 얼마뒤 ‘투다닥’ 거리면서 옥탁방 주위를 뛰어 다니더랍니다.
   
‘와 이시간에 모꼬? 진짜 너무하네’ 강군은 도저히 안되서 한 소리 하려고
 
벌떡 일어나서 전등 시위치를 올렸는데..
 
그때 불이 확 밝아지는,,, 바로 그때 문득 시선을 창문쪽으로 두고 있는데...
 
창문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뭔가 시커먼게 눈에 훅 들어오더랍니다...
 
처음에는 검은 비닐봉지인가? 풍선인가 긴가민가 했답니다. 그때..
 
그 시커먼게 쑥 하고 옆으로 사라지는데.. 그 순간.. 와..
 
이런말이 있죠 식겁한다고.. 걍 다리에 힘이 확 풀리고 후달달 거리는데..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으면서 스위치를 내려 버렸다는겁니다.
 
그 상태에서 어둠이 확 내려 앉으니 기절할듯한 공포감이 뒷덜미를 타고
 
올라오는데.. 딱 그 느낌이 누가 옆머리카락 찝어 위로 올리는거랑
 
비슷하죠. 단 고통이 아닌 공포감이 큰게 문제긴한데 말이죠...
 
강군은 그때 순간적으로 직감한게 그 검은 비닐봉지에 눈 같은게 달려 있다는
 
것이 가장 컷습니다, 단순히 검은 덩이라면 이리 놀라지도 않을텐데..
 
막 사라지는 순간 자신을 향해 고양이 눈 같이 깜빡였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아 차렸던 겁니다. 그건 단순 비빌 봉지가 아니였음을 말이죠.
 
한번 쏟아져 들어온 공포감은 수초만에 수배로 부풀려져 자신의 몸을 정상적으로
 
컨트롤하기 힘든 순간이 온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맛본 현실적 공포감이었기에.. 단지 처음이었단 이유하나만으로
 
그것이 사라지는 그 순간 딱 비명을 질렀는데.. ‘엄마야’
 
제가 밑에서 들었던 엄마야가 이때 난거였습니다.
  
  
 
딱 그 상태에서 머릿속에 과연 무엇이 떠올랐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도망가겠습니까? 비명을 지르겠습니까?
  
  
 
강군은 말이죠. 저게 내 방으로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었답니다.
 
그래서 온 힘을 짜네 창문을 잠궈야겠다고 머릿속에서 비명을 질러 댔답니다.
 
창문. 창문, 창문을 닫아라...오직 이것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고 하네요.
 
전등이 꺼진 상태였는데 이걸 먼저 켜야 하는데. 온 신경이 창문을
 
닫는다에 집중이 돼서 창문쪽으로 뛰어가 큰 창문을 먼저 잠궜어요.
 
나중에 제가 서서 두드리던 창문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쪽에
 
작은 창문이 또 하나 있어요. 그것도 잠그려고 하는데...
 
또 투다닥하는 소리가 들려왔죠. 그것은 그쪽 창문쪽으로 옥탑방을 끼고 돌고
 
있다고 직감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소리의 중점에 서 있었으니 소리가
 
어떤 식으로 들려 오는지 확실히 파악이 되었던 것이겠죠..
 
강군이 경직되서 그쪽 창문쪽으로 고개를 획 돌려 보니...
 
아 창문이 살짝 열려져 있었다고 했는데.. 물론 이건 자기전에 본인니 살짝
 
열어 논거라고 합니다. 소리가 들리고 또 정적이 어느 정도 이어졌다고 하는데..
 
본인은 그냥 굳어서 어쩔줄을 몰라 했다 합니다.
 
순간.. 방을 가로질러 저걸 잠글까. 아니면 전등 스위치를 먼저 켤까
 
멍청하게 그런 고민 하는 순간..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몸이 굳었다고 봐야겠죠)
 
“투다다닥.. 드르르르르르르르륵....!!”
 
바로 그 창문 아래서 뭔가 뛰는 소리가 나면서 드르르르르륵거리며 창문이
 
휙 열리더니.. 뭔가 시커먼게 창문 안쪽 벽으로 스스스슥 기어 들더랍니다.
 
“으악”하고 비명 치며 주저앉았는데..너무 어두워서 들어온 건 시커먼 덩어리처럼
 
느껴졌는데.. 강군 말로는 거대한 거미처럼 팔다리가 휘적휘적 벽에 붙어서
 
움직이더랍니다. 솔직히 이 순간 기절 안 한 것에 칭찬을 주고 싶더군요..
 
 
이때 전 비명소리 듣고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을때였을테죠..
 
 
강군은 걍 바닥에 얼굴을 내리박고 두손으로 뒷통수 감싸고 발발 거렸다고 하더군요.
 
뭐 달리 별수가 있겠습니까. 제 말이 기절 안 한 것에 상주고 싶었을 정도의
 
공포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에 떠오르는 건 전등불 켜야겠다고 느낄 정도...
 
절대 그 파란 옷장쪽으로 처다 볼 수도 없었고 이게 다가올까 오금이 다
 
저렸다고 하더군요. 달달 떨면서 아래쪽으로 조금씩 기어가는데..
  
  
 
“찌리릭.. 찌릭. 찌르륵 찌르륵..사..ㄹ...”
 
    
 
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정적을 확 들추며 들려 왔는데..
 
어찌나 놀랐던지.. 솔직히 쌀뻔 했다고 하더군요..
 
그 소리는 여름에 많이 들을 수 있는 풀벌래소리 비슷했다고 하는데..
 
그게 왜 그 소리가 난건지 파악 할 수도 없고.. 파악도 안되고...
 
일단 아래쪽으로 기어와서 스위치 쪽으로 움직이려다가.. 무심코..
 
아니.. 불빛이 새어 들어와서.. 옥탑방이지만 요즘 도시 불빛은 그리
 
심각한 어둠은 아니라서 집중하다 보면 형체 정도는 구분 가능 할 정도라..
 
이렇게 해서 파란옷장과 마주보는 방의 끝 구석까지 온거였죠.
 
제가 처음 볼 때 강군의 위치가 그쪽이었거든요. 제가 서 있던 창문에서
 
그쪽으로 기어 간건데 웃기는게 전등 스위치는 반대편 즉 저가 서있던 창문쪽
 
벽 끝에 있었거든요.
 
강군이 공포심에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엉뚱한데로 기어간 듯 했어요.
 
자 이때쯤 제가 올라와서 옥상을 살펴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강군의 말로는 벽에 등을 기대고 난 뒤 몇초 뒤에 맥라이트 전등 불빛이
 
왔다리 갔다리 한걸 보았데요.
 
제가 잠근 창문쪽에 붙어서 방안에 맥라이트를 쏘아 넣었을 때
 
그제서야 강군이 파란옷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검은 덩이를 봤는데..
 
6~7살 정도의 아이였다고 하네요.. 남자 아이였고..
 
워낙 검은색이 강해서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아니 옷을 입고 있는지
 
파악도 안되고 다만 .. 어둠속에서 번쩍이는 고양이 눈빛이 자신을
 
또렸이 쏘아 보고 있다는걸..그때 제가 창문을 소리나게 탕탕탕 때렸죠.
 
 
그 소릴 듣고 강군이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려 그걸 가리킨 겁니다. ...
  
  
 
제가 고개를 돌려 그것을 보았을때도 역시 7살 정도의 소년이었다는것만은
 
확실히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기억이 되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그것에 대해 같은 이미지로 기억했다면 그게 맞는거겠죠..
 
강군은 평생 그런 것 근처에도 가 본적이 없는 그런 사람이고..
 
 
그걸 생으로 보는 것 조차 평생 없었을 사람이었을테죠...저만 아니라면 말입니다....ㅋㅋ
 
뭐 농담이고요.. 이렇게 해서 강군은 저를 만나 구함을 받았고..
 
방금 처음 봤는데 막말 날리고 가끔 약간의 욕비슷한 소리를 했어도
 
아무 상관 없었던 건, 저야말로 강군에게는 구세주 이상의 존재였던 거죠..
 
생각해 보세요. 그 순간 자신을 구하러 달려온 영웅처럼 보이지 않겠어요?
 
지금 지 눈에는 제가 집안 큰 형님 보다 위해하게 보일껄요?
 
(나중에 호구조사하다 알았는데 3형제중 막내더군요.)
 
 
농담 아니고 진담이고 그 날 이후로 절 신봉하게 되었고
 
이 사건 끝나고 제가 부산을 떠날 때까지 절 큰형님 모시듯 했다니까요..
 
지금은 연락 제가 끊었어요. 저랑 엮여서 지 인생에서 좋을 건 하나도 없거든요.
  
  
 
얼추 위에서 가져온 소주까지 다 셨고.. 새벽 2시반이 넘어 3시가 되어가고
 
tv소리도 웅웅거리게 들릴 정도로 술이 좀 올랐고
 
강군이랑 대충 이부자리 펴고 들 누었습니다. 혹이나 해서..
 
창문이랑 문은 꽁꽁 잠그고요..
  
  
 
둘이 그렇게 드러 누웠는데 잠이 쉬이 오지 않더군요..
 
“너 낼 어떻할래? 옥탑방에서 잘 수 있겠어?”
 
“아이고 형님 제가 거기서 잘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당연히 친구넘 찾아가야죠. 아니면
 
 
집(본가)이라도 가야겠습니다.“
 
“그래... 그렇겠제.. 허면 하루이틀이지 자취방 비워둘 거야?”
 
“음.. 글세요. 혹 형님 뭔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야..뭐 없는것도 아니고....”
 
“그러면 좀 알으켜 주이소. 아. 다시는 그런거 못보겠습니다.”
 
“음.. 그라면 며칠간 친구 데리고 오너라. 사람이 많으면 못오니께..
 
그라고 시장에 들러서 소금 한 포대기 사오고..“
 
 
“소금예? 얼마나예?”
 
“그게.. 그러니까. 왜 시장에 가면 몇키로던가 포대기로 파는거 있다.
 
정 그러면 왜 김장 담글 때 쓰는 해염이라고 굵은소금이라고 하면 알아서 줄꺼다.“
 
“아..네.. 알겠습니다. 다른건 뭐 없어예?”
 
“응.. 소금만 있으면 일단은...”
 
“형님 뭐 그러니까. 꼭 있어뵈네여..”
 
“아 따 글마 쓸데 없는 이야기 고만 하고 자자.. 낼 학교갈꺼 아니가..”
 
“네....”
  
  
 
만난지 2시간째 안되는 사내놈들의 대화임....
  
 
  
  
  
 
다음날 날이 훤히 밝았는데도 녀석이 삐질삐질 하기에..
 
옥탑방까지 따라가서 녀석 출근(?)준비 하는거 거들어 줬고...
 
녀석이 학교 가고 난 다음 제 방에서 혼자 계속 생각에 잠겼죠...
 
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노트북을 켜 놓고 곰곰이 정리해 봅니다.
 
전 급성건망증까지 있어서.. 바로 앞전에 생각한걸 도저히 기억해 내지
 
못하는 몹쓸병입니다. 그래서 인생살이 조금 더 편해 보고자 해서 얻은 지혜가
 
무조건 메모하는 습관입니다. 꿈도 해야 할 일도 무조건 메모하는겁니다. 그 외에...
 
전..온갖 추잡한 병은 다 가지고 있는 쓸모없는 놈입니다.
 
지독한 야맹증에 단기기억 상실증에.. 우울증에 자살충동증에...
 
대인공포증에 공항장예에.. 기면증에..소화불량에 초민감한 신경과민증상에
 
대장성과민증후군에 설사는 달고 살고..누가 옆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잠깨고.. 이건 뭐 고쳐보려고 인생걸고 매달려 봤자 안됀다는걸 알기에..
 
포기하고 그냥 그려려니 하고 살아갑니다만...
 
정신과 처방 받고 몇 년을 약복용해봤는데.. 나아지기는 개뿔... 약 강도만 더
 
 
올라가더라구요. 그래서 포기했음. 그냥.. 숨쉬고 있으면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숨만 쉬고 살아가자 하면서 말이죠. 인간은 언제가는 죽을텐데..
 
미리 그거 걱정하는것도 어리석고요.. 걍 던져 두니 그게 속이 편합디다..
  
  
 
여튼 메모 습관하고 필기하는 습관 때문에 늘 노트북을 끼고 삽니다.
 
그래서 사소한 것부터 큰 스트레스 받는것까지 꼼꼼히 기록하는게 습관화 되어 있습니다.
 
강군이 학교가고 난 다음부터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봤죠.
 
그게 저를 따라 온 것은 분명한데.. 어떤 이유가 있을꺼라고 말이죠.
 
그거에 대해서는 앞뒤 머리 굴려 봐도 전혀 알수가 없었죠..
 
그렇게 하루 종일 빈둥거리다 보니...
 
저녁때가 다 되어 출장갔다 온 후배가 돌아왔습니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밖에 나가서 간단하게 저녁 고기 굽고 반주삼아
 
마시다 보니 쇠주 두어병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형, 무슨 일 있나? 얼굴색이 별로 안좋네?”
 
“음.. 참.. 그게.. 아. 참... 그게.. 이상한게... 글게.. 그게...”
 
“아휴.. 답답어라. 말을 하려면 확실히 하던가. 형 술이 너무 약해진거 아니가?”
 
“이게 말하기가 쫌 곤란해서 그렇지..”
 
“아니 우리사이에 뭔 이해 못할 말이 있겠노. 그러니 더 궁금하잖아.
 
자 한잔 받고 빨리 시원하게 야기 해 보라꼬....“
  
  
 
그렇게 해서 요 이틀 사이 일어난 황당무계한 일을 제 나름 조리 있게
 
풀어 놓았죠..
  
  
 
“쪽...”
  
  
 
녀석이 술한잔을 그런 소리와 함께 입안에 털어 넣더군요..
 
그 소리는 지금도 가슴에 서글프게 남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다라고 바로 느껴졌거든요..
 
 
“둘 다 미친 거 아니가? 형 지금 한 말이 영화보고 한 거 아니제?”
 
“엥? 그렇치 뭐. 하하. .그렇지? 말이 안되지? 우습지? 황당하지? 이 이야기가?”
 
“아니다 됐다. 뭐. 그럴수도 있지. 그라고 그 옥탑방 학생이랑 상종하지 마라고”
 
 
“왜? 아 착하던디?”
 
“착하고 뭐고 간에 귀신이고 뭐고 그런거 관심 가지고 헛소리 찍찍 싸대는 애랑은
 
상종안하는게 정석 아니가?“
 
“엥.. 그건 내가 먼저 야기 꺼내서 그런거고..”
 
“아고 형.. 그런소리 다 잡소린기고. 말 같잖은 소리 말고 소주 나 한 잔 하소”
 
    
 
더는 이 친구와는 그런 쪽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팍 들더군요.
 
그리고 우스갯소리라도 쳐도 그렇게 반응하는 후배한테 내심 서운한 기분이
 
팍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사실 맘이 많이 아팠죠...누군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것도 아닌데 하고. 누구하나 이해해 줄 사람도 없고.. 쩌비..
 
그렇게 저녁이 끝나고 같이 방에 와서..
 
물론 그 골목길을 후배랑 같이 걸어 왔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그 차량이 주차해 있었습니다.
 
아 위치는 약간의 오차는 있습니다만.. 그걸 보아
바로 근처에 사는 사람의 주차 공간이었고 늘 그 공간에 주차하는 차량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죠.. 그러니 여기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느니.. 살려달라느니..
 
그딴 개소린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혼자 뭐 그렇수도 있었지 하고 입꼬리 실실 쪼개는 수준이었죠..
 
    
 
그날이 아마도 기억에 금요일 이었던 같은데.....
 
내일이 주말이라.. 불금이라고 느꼈던 감정이 살아 있었나 보네요..
  
  
 
대충 후배랑 아. .후배이름은 훈이라고 해 두죠.. 성은 최씨인데..ㅎㅎ..
 
여튼 훈이랑 쓸데 없는 잡솔만 야기 하다 시간도 늦었고..
 
해서 이부자리 폈고 나란히 누웠습니다. 시간은 11시가 좀 넘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계속 위 옥탑방 강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지만 인기척이라고는 아예 제로인걸 보니..
 
녀석 겁먹고 친구집에 가버렸던지 본가 갔던지 했나 봅니다...
 
 
오늘은 조용히 곤히 깊이 잠 좀 자 보자 했습니다..
 
 
솔직히 훈이가 좀 성격이 괄괄하고 똑 부러지는터고
 
달리 재미있는(?) 농담 붙이기 조금 곤란한 녀석인지라.
실생활에 밀접한 현실적 이야기가 아니면 다 무시하는터라..
 
오히려 전 그게 좋았죠. 저도 그딴거에서 해방 좀 되보려고...
 
훈이 집에 잠시 신세 지고 있었던 거였죠..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슬쩍 잠이 들었죠.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고..
 
단지 느낌에.. 뭔가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과
 
또 가슴이 조금 답답하다고 느낀 느낌과...
 
또 굉장히 짜증이 나는 기분과..
 
 
여러 복합적인 느낌 때문에 살짝 정신이 들었는데...
 
 
 
 
next....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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