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강원도 산골 마실--[1편]
마실은 마실에 놀러 나가나다라는 뜻으로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흔히 쓰는 방언이죠.
어르신이 잠시 이런 말씀을 하시죠..
“나 잠시 마실에 댕겨오마..”
요 말뜻은 나 잠시 마을에 놀러 갔다 오마..라는 뜻이랍니다.
흔미 하루 일과를 다 끝내고 저녁때쯤 마을에 놀러 나간다는 표현으로 많이들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또는 재실이라고도 하고.. 마실이라고도 했답니다.
요번 이야기는 조금 오래전에 이야기입니다.
그때가 아마 제가 대학1학년 늦봄이나 초여름 이였던걸루 기억합니다.
학원이야기 보시면 개건달군과 넘버2군이 나오죠.
제가 삼수하여 막대학에 들어갔고 개건달은 1학년 마치고 군에 간다고 휴학했고
(지말로는 인생공부한다고)
넘버2는 2학년이였을 땝니다.
이제 곧 개건달군이 입대해야 하므로 우리 3명이 의미 있는 배낭여행을
준비 했습니다. 기말고사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우리는 시간을 내어
배낭여행을 준비했습니다.
개건달군은 일찍 휴학하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거의 노가다판에서 짐통을.. 공구리도 치고해서..
돈을 애법 모았더군요.. 군에 가기전에 확 써버리고 간다면서..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제가 그래도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자라고
제안하는 바람에 전국 배낭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죠.
답답한 일도 참 많았섰는데.. 첫기차에 올라타고 부산을 향해가던 그때
기분이 잠시 떠오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내설악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홍천을 지나 더 올라 갔었는데..아마 인제는 못미치는것 같고
여하튼 홍천과 인제군 사이쯤 되었을겁니다.
우리는 마을 버스에서 내려.. 경치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걍 내렸습니다.
정말 원시림 비슷하게 산골이 펼쳐지는데 장관이였죠..
그때가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쯤 되었을겁니다.
겁 없는 우리 3명은 노래도 부르고 장난치면서 한창을 거의 몇시간을
걸었죠.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이상하게 도로가 점점 작아 지더니..
나중엔 비포장도로와 연결 되더군요..
조금 걱정이 들었지만.. 이 좁은땅에 설마 길잃어 버리겠냐?
걍 발이 가는데루 가자.. 라고 했습죠..
헌데.. 점점 주위에 풀들이 커오기 시작했고..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이정표도 없고.. 슬슬 걱정이 되오는 겁니다.
이때 걍 되돌아 갈까하는 의견과 갈때까지 가보자.. 설마 사람사는데
안나오겠냐?라는 의견으로 갈리고.. 결국 갈때까지 가보자로
합의보고는 계속 갑니다. 흐미 이제는 차도 못들어 갈것 같이
길이 좁아 졌습니다. 주위 풀들도 더 키가 커지구요..
뭐 이딴게 다 있어.. 이정표라고 있던지.. 아니면 사람이라도 다니던지..
분명 길인거루 봐서는 사람이 다녀야 되는데..
사람 한명 안보이는 겁니다. 슬슬 겁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날이 저물어 가는게 느껴 졌기 때문이죠..
걱정은 되었지만 혈기왕성한 젊은놈 3명이서 못할게 없는 시절이였죠.
까짖거 갈때까지 가보자였습죠..
지금까지 온길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봤자였죠..
6시쯤이였는가 길은 심하게 작아져 갔고.. 겨우 경운기한대 지나갈정도였죠..
이거 느낌으로 보니 계속 산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한참 돌아갈까 걱정을 했는데 그나마 길이 있으니까 뭐라도 나오겠지
생각했습니다. 가다가 쉬고 음료수랑 빵먹고 놀다 보니 시간이
더 간거였습니다. 아 그때 마침 저쪽 모퉁이 돌아 가는 부분에서
누군가 자건거를 타고 오시는거였습니다.
우매 얼마만에 보는 사람인가 했습니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붙잡고 물어 보니
우리가 한창 헤메었다는것을 알수 있었죠.
이길은 사람이 거의 안다니는 옛길이고 마을에서
주도로까지 신길이 뚫려서 이쪽길은 사람이 거의 안다닌답니다.
우리가 어찌 이길로 접어 들었는지 궁금해 하더군요.
그리고 넉넉히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마을이 보일꺼라 하시더군요..
마을에서 주도로까기 길이 잘 닦여져 있어서 10분정도
걸어 나오면 버스탈수 있다네요..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길을 잘못들어서 몇시간씩 걸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아저씨께 인사하고 계속 걸어 나오는데..
휘파람이 절로 나오더군요.. 뭐 1시간 정도면 마을이 나올꺼고..
거기서 대충 1박 하던지 큰도로 나와서 버스타고 시내로
들어가던지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합니다.
우리는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계속 걸어나가는데..
좀처럼 마을이 보이지 않더군요. 그동안 갈림길이 한번
나왔었는데.. 우리는 작은 셋길보다는 큰길쪽으로 가닥을
잡아서 계속 걸어 왔더군요..
어느세 날이 저물고.. 서서히 어둑 어둑 해지는 겁니다.
이거 좀 이상하군요. 아저씨 말로는 걸어서.. 넉넉히
1시간 정도로라고 했는데. 벌써 2시간째입니다.
우리는 아까 셋길을 잘못 갔나 해서 다시 되돌아 가서
좁은쪽으로 다시 가기로 했습니다.
으 이젠 어두워서 앞이 서서히 안보일 지경이 다되어
갑니다. 마침 우리중에 한명이 손전등이 있어서...
거의 조그만 녀석이라 앞길 밝히는 수준이 너무
약했지만요.. 그녀석에 의지하여 계속 걸어 나갔습니다.
이 손전등으로 말할것 같으면 우리가 포항인가 울산인가에
있을때 뽑기 기계에서 뽑은 중국의 역작인거였죠..
뭘 바라겠습니까.. 몇 번 번쩍 거리더만.. 불이 퍽 하고
꺼지는 거였습니다. 할수 없이 최대한 다리를 빨리
놀려서 움직이고 있는데.. 그날따라 하필 칠흙같이
어두운 거였습니다. 달빛이라도 있으면 어찌 해볼까 하는데..
너무 어두워서.. 그때부터 서서히 울기 시작하는 풀벌래 소리에
부엉인가 먼가 새소리까지 흐미 완전 공포분위기 조성이 팍 되는겁니다.
우리가 건장한 청년 3명이였기에 망정이지 혼자 이런곳에 있으면
아마 오금이 저릴정도였죠..
우리 3명 말도 거의 없습니다. 단지 이곳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때 넘버2가 한쪽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저기 불빛 같은데.. 라고..
모두 그쪽을 보니 .. 불빛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지만 희미한 무언가가 반짝 이는 겁니다
일단 그쪽까지 가보자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풀이 너무 많아서..
길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잘 안되는 거였습니다.
솔직히 너무 어두워서 마치 정글을 헤지고 간다라는 표현이
맞을듯 싶네요..
근데 이상하게 한창을 간거 같은데.. 그 불빛은 계속 저만치에
있는 겁니다. 어 길이다.. 넘버2가 맨 앞서 가더니만..
길을 발견한 모양입니다.
그때부터 서서히 달빛이 비추더니.. 사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나마 손전등이 깜딱 깜딱 했지만.. 잠시라도 불이 들어와 주니
중간 중간 체크해 가면서 가는데..
근데.. 먼가 슥 하고 바람이 지나가는것 처럼 느껴 지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 같습니다. 저희하고 정확하게 얼마나 떨어진건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거의 20m정도 라고 생각이 드네요..
너무 어두워서 잠시 집중해서 봤는데.. 사람이 맞더군요.. 그것도..
형체를 보니 배가 만삭인거 같은 아주머니였습니다.
우리 3명다 임산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배가 동산만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는 반대쪽으로 걸어 가고 있는듯 했습니다.
우리가 소리처 불렀는데 대답을 안하시고 계속 가시더군요..
어 하는 사이에 계속 가시는데 우리가 따라 갈려고 허둥하는데
어둠속으로 묻혀저 가더군요..
아주머니.. 하고 몇 번을 불렀는데.. 돌아 보지도 않시고 계속 가시더군요.
흐미 젊은 청년 3명이서 임산부한명 못따라 잡네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또 손전등이 불이 들어와서
주의를 비추었더니만. 우리가 서있는자리가 길에서 좀 떨어진
덤불속이였네요. 허겁지겁 길위로 올라가니 저쪽에 그 아주머니가 막
모퉁이를 돌아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희는 꺄웃했습니다. 우리가 비록 덤블속에 있었지만.. 주위가 조용해서
충분히 우리소리 들었을껀데.. 왜 대답없이 그냥 가셨지 했습니다.
그리고 임산부가 이길을 걸어 다닐 정도면 바로 마을이 앞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우리는 아주머니가 오고 있던 길로 힘차게 걸아 나갔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우리생각이 맞다는것을 알았죠.. 딱 모퉁이 돌자 마자..
불빛이 우리 눈에 들어 왔거든요.. 길이 참 고불 고불 산길이라..
직선거리가 안나와서 우리가 못본거였죠..
좁은 길을 따라 그집 안마당으로 들어 섰는데.. 근데.. 딱 한 채더군요..
주위에 다른 집이나 불빛은 전혀 없고 딱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겁니다. 불빛은 방안에서 나오고 있었구요..
우리 3명은 일단 잠자는곳 확보가 최대 우선이였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집 마당으로 들어 섰습니다.
그리고 외쳤죠..
방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분이 할머니셨습니다.
“누군교? 무신일이신가?”
저희는 자초지정을 이야기 하고 하루밤 자고 가도 되냐고 부탁을 했죠.
할머니 말고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흔쾌히 사랑채를 내 주시더군요.
초여름이지만 산골이라 그런지 조금 춥더군요.
우리는 할아버지가 내주신 이불 좀 두텁게 깔아 놓고
누웠더니 정말 살맛이 나더군요.
슬슬 피로가 몰려오는게 잠이 오기 시작하는겁니다.
바짝 긴장해서 어둠을 헤쳐 오느라 그랬는데
그 긴장감이 풀어지가 잠이 쏟아 지기 시작했습니다.
뭐 10시도 안됐지만 다들 정신없이 골아 떨어졌습죠.
일찍 자면 일찍 일어 나게 되는게 정석인가?
제가 제일 먼저 눈을 뜬것 같았는데...
정확하게 시간대는 기억못하지만 새벽 4시전인것은 분명했습니다.
왜 깼냐하면 어떠한 소리 때문에 깼습니다.
그소리가 무언고 하니 옛날 자건거 보면 엄지손가락으로 밀어서
소리는 내는 경적같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자명종 보면 종같은거 작은 해머로 때려서 소리 내는것 있죠?
그거랑 같은 원리인데.. 손가락으로 밀어서 작은 종소리 같은거
내면 찌르릉 찌르릉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지금은 공기압으로 밀어서 뾱 뾱 소리 내지만
그때는 그런 소리로 경고음을 냈었죠..
바로 그 자건거 소리 때문에 잠을 깬거였습니다.
엎드려서 어기적 어기적 기어 나가서 잠사 문을 열어 보니
아직 캄캄한 어둠이 확 들어 왔습니다.
조금후 정신이 후쩍 들더군요..
근데 그 찌르렁 찌르렁 거리는 자건거 경고음이 계속 들리는 겁니다.
아니 이 오밤중에 누가 자건거로 저리 소리 내나 하는 의구심이 팍 드는 겁니다.
그 소리 덕분에 개건달과 넘버2도 부스스 일어 납니다.
“이기 무신 소리고?”
“야. 누가 자전거 몰고 왔냐?”
저만 들린게 아니라 이 두녀석에게도 들린 모양입니다.
둘다 밖을 힐긋 보더니 한소리씩 합니다.
“야 이런 오밤중에 왠 자전거타고 그러냐?”
“글세 밖에 아무도 안보이는데 소리는 계속 나네....”
우리 3명이 밖을 두리번 거리는고 있는데...
안채에서 할아버지가 불쑥 나오시더니..
바가지(박을 만든 천연 바가지)에 먼가 움켜 쥐시더니
마당을 향해 막 뿌리시는 겁니다.
“훠어이..훠어이. 이제 그만 가라”고 외치시면서....
우리는 먼가 눈이 휘둥그래하면서 처다 보았죠..
할아버지가 그런 우리를 발견 하신 모양이신지
손을 휘저으면서 들어 가라고 하시더군요.
우리는 영문을 몰라 하면서 문을 닫고 다시
누웠죠. 3명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다시 잠이 든것 같았는데..
부스스 일어 나니 벌써 눈부신 햇살이 방안 가득 들어차
있더군요.
제가 먼저 일어난 관계로 2명을 깨웠습니다.
대충 방정리 하고 우리끼리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하루밤 신세를 졌으니 그냥 가지 말고
이집 보니 할아버지랑 할머니 2분이 사시는것 같은데
집안일이나 먼가 좀 도와 드리고 가자라고
의견일치를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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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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